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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엔 이야기가 있다 – 전통 속에서 건져 올린 표현들

mymymy1003 2025. 4. 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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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엔 이야기가 있다 – 전통 속에서 건져 올린 표현들

장터가 열리던 날이면 마을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바구니를 들고, 아이들은 달려가고, 멀리서 보면 줄이 하나의 벽처럼 이어졌다.
그 풍경을 기억하던 어르신들은 요즘도 긴 줄을 보면 이렇게 말하신다.
“와, 장사진이네.”

그런가 하면, 집안에서는 바가지를 씻다가 툭 깨져버린 날도 있었다.
쓸모를 잃은 그 바가지는 한쪽 구석에 놓이곤 했다.
어느 날은 그 깨진 바가지를 긁는 소리가 괜히 거슬렸다.
누군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바가지 긁지 좀 마.”

물이 엎질러졌을 땐 어땠을까.
급하게 달려가 닦아봐도, 밑으로 흘러들어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었다.
그때의 체념이 지금도 전해진다.
엎질러진 물이야, 어쩌겠니.”

모두가 기대했던 일이 수포로 돌아갈 때면
사람들은 마치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실망처럼 중얼거린다.
“또 도루묵 됐지 뭐.”

한때 잘나가던 장사꾼이 끝내 가게 문을 닫고 나올 때,
머리에 조그만 바가지를 뒤집어쓴 듯 초라해진 모습이 남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런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다.
쪽박 찼어.

어느 집 아이는 벌써 세 번째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과거 시험을 치는 선비였을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대화는 이렇게 이어진다.
삼수생이지. 이번엔 꼭 될 거야.”

누구는 운명이 사나워서 늘 꼬인다 하고,
누구는 성격이 세서 복이 도망간다 한다.
팔자가 세다”는 말은 그래서 생겼다.
도무지 순하게 풀리지 않는 삶 앞에서 사람들이 흔히 꺼내는 말이다.

큰 잔칫날, 가마솥 안에서 푹 고아지는 음식들처럼
어떤 상황은 빠져나올 수도, 멈출 수도 없다.
그저 그 안에 들어간 채로 끓어오르는 것을 견딜 뿐이다.
“완전 가마솥에 든 기분이야.”

아이를 낳은 집 대문에는 금줄이 걸렸다.
그 줄은 아무도 넘어오지 말라는 표시이자,
새 생명을 지키려는 조용한 경계선이었다.
“금줄 쳤다며. 들어가긴 어렵겠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는 단호한 사람은
자신의 결심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단심가야.”
그 말 속엔 수백 년을 건너온 정몽주의 단호함이 아직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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